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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별에서 온 답장

별을 닮은 아가에게서

2010년 10월 3일, 나는 죽어도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복돌이를 입양하러 남편과 함께 부산에서 서울까지 다녀온 날이고, 우리 복돌이를 처음 만난 날이었으므로. 그전까지는 강아지를 전혀 양육해 본 경험이 없었고, 강아지를 키우게 될 줄도 몰랐었다. 왜냐면 우리는 맞벌이 부부였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강아지를 맡아줄 것을 딱히 부탁할 만한 친인척도 곁에 없었다. 그래서 새끼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즈음 나의 우울증 상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고, 직장도 그만 둘 수가 없었던 터라 조그마한 새끼 강아지를 집에 혼자 둬야 하는 악수(惡手)를 두면서까지 입양을 감행하게 되었다. 다행히 신랑은 출퇴근이 나보다 자유로운 직장이고, 외근도 잦은 직종이어서..
2010년 10월 3일, 나는 죽어도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복돌이를 입양하러 남편과 함께 부산에서 서울까지 다녀온 날이고,
우리 복돌이를 처음 만난 날이었으므로.

그전까지는 강아지를 전혀 양육해 본 경험이 없었고, 강아지를 키우게 될 줄도 몰랐었다.
왜냐면 우리는 맞벌이 부부였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강아지를 맡아줄 것을 딱히 부탁할 만한 친인척도 곁에 없었다.
그래서 새끼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즈음 나의 우울증 상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고, 직장도 그만 둘 수가 없었던 터라
조그마한 새끼 강아지를 집에 혼자 둬야 하는 악수(惡手)를 두면서까지 입양을 감행하게 되었다.
다행히 신랑은 출퇴근이 나보다 자유로운 직장이고, 외근도 잦은 직종이어서 자주자주 집에 들러서
아이를 체크하기로 하였기에 그나마 죄책감을 조금은 덜면서 아이를 데려오게 되었다.

그로부터 13년 4개월 17일을 나와 남편 곁에서 함께 살아준 고마운 존재 복돌이가 우리를 떠나갔다.
오늘도 나는 아이의 부재가 믿어지지 않아 여전히 집안을 두리번거리거나,
어디선가 아이가 나타날 것만 같은 환상에 시달린다.

아이는 오래 아팠다. 2022년 12월 9일, 열흘 넘게 계속되던 링거 치료를 위해 다니던 병원을 찾은 아침,
수의사는 현재 아이 상태가 다발성 장기 손상과 폐렴이 극심해 더 이상의 수액치료가 의미 없다며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으므로 집으로 데려가 아이의 경과를 지켜본 후
안락사가 필요하면 다시 데려오라고 하였다.

10분 만에 병원에서 도로 나와 차를 돌려 집으로 오는 내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흐르는 눈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운전도 어려운 그 지경에서
아이를 차 안에서 죽게 할 수는 없다는 그 한 생각만으로
무서운 속도로 고속도로를 주행해 집으로 와야 했다.

아이는 마치 종이 인형처럼 축 늘어져 아무런 행동도 못했다. 신음 소리조차 없었다.
그다음 날, 아이의 마지막 가는 길에 깨끗하게 목욕이라도 시켜 보내려고
강아지 욕조에 물을 받아 아이를 씻길 때 아이는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그냥 물에 둥둥 떴다.
마치 시체처럼. 그런 아이를 씻기며 하염없이 울었다.
정말 평생 운 것을 다 모아도 그 당시 운 것에 못 미칠 거라고 생각되었다.

내 안 어느 곳에 그렇게 많은 울음이 쟁여져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끝도 없이 눈물이 났다.
아이를 돌보며 이제 마지막일지 모를 그 모든 행동들에 다 눈물이 났고,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한없이 울었었다.

그랬던 아이가 기적적으로 살아나, 수의사도 틀렸고, 엄마도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내었다.
정말 그때의 기적이란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팔다리도 가누지 못해 인형극 할 때 쓰이는 인형의 그것처럼 흐느적거리던 아이가
자발적으로 뒷다리에 힘을 주고 지탱하여
며칠 만에 스스로 배변에 성공하던 그 모습은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그렇게 복돌이는 정말 불사신처럼 살아나고를 반복했다. 무려 죽음 앞에서 말이다.
마치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 저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아이의 기적은 끝없이 이어졌다.

2017년, 단백 소실성 장증이라는 병명의 질환으로 배에 복수까지 차는 위급한 지경에 이르렀고,
그해를 넘기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은 1차 사망선고 후 6년을 넘겼고,
2022년 12월 마지막 사망선고를 받고도 14개월을 더 버텨내어 주었다.

2킬로도 되지 않는 조그만 생명체가 죽음 앞에서 보여 준 두 번의 기적.
몇 십 년의 임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수의사의 진단과 판단을 뛰어넘었고,
생애 두 번의 결정적인 사망선고도 복돌이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이 불가사의한 현상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이 놀라운 얘기들을 나는 글로 쓸 수밖에 없었고,
이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낼 수밖에 없다. 우리 복돌이의 생생한 서사이므로.
지은이 : 김근아

1. 작가. 강사. 교수
2. 네이버 검색 : 김근아
3. 전)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4. 지역 유관기관 및 문화센터 출강
5. 나나 북스 대표
6. 경성대학교 영어교육학 석사

복돌이와 나나라는 두 강아지를 양육하고, 마지막 길을 떠나보낸 반려동물 가족이다.
2023년 9월 7일 하늘나라로 간 나나에 이어 2024년 2월 20일 복돌이마저 별이 되었다.

전날까지도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의 생존을 확인하며,
손발의 온기를 감촉하며 아이가 살아있음에 감사 기도를 하였었는데,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아 아이는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고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심장이 멎은 아이를 어루만지며, 오래도록 울었다.
아이가 떠난 그 새벽, 하늘도 슬퍼하듯 비가 내내 내렸다.
아픔 없는 곳으로 가 별이 되어 반짝일 아이, 사랑 말고는 설명할 수 없는 아이,
엄마만이 그 모든 것을 표현하고 기록할 수 있기에 이렇게 책으로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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